오늘 오키로를 출근하니 식탁 위에 딱 봐도 빵 봉투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 올려져 있었다.

애써 관심 없는 듯 자리를 앉아 작업환경을 세팅하고 있을 때 은지코가 나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크로플.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 기계로 찍어 만든 빵인데 출근하면서 환승할 때마다 들리는 신도림역에서 냄새를 맡았던 그것이었다.

지하철역 터줏대감인 델리만주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고소하고 풍미가 가득한 버터 향이 역을 가득 채웠기에

그 존재를 모를 수가 없었다.

어느새 입 밖으로 침이 흘러내림을 느끼고 저 정갈하게 접혀있는 봉투를 갈기갈기 찢고

어서 크로플을 입에 넣으려는 충동이 생겼지만 출근하자마자 먹기에는 아직 근무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다.

아주 적당한 때에 먹어야만 한다.

이제 겨우 1시이고 저녁은 5시 이후에나 먹기 때문에 딱 중간인 3시쯤 먹는 게 가장 바른 판단이라는 게

좌뇌, 우뇌, 위장의 만장일치 의견이었다.

물론 좌뇌, 우뇌, 위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의 식욕이 시키는 대로 먹고 싶었지만

아직 저녁 시간은 많이 남았기에 간신히 식욕을 말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의견을 수렴하고 나는 3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열심히 일했다.

이성과 식욕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3시가 되어있었다.

나는 굶주린 사람마냥 크로플에 바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크로플을 지나 커피를 준비했다.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간 원두를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달콤하고 고소한 크로플과 쌉쌀한 커피와의 그 환상적인 조우를 감상할 수 있는 대가로

커피를 내리며 기다리는 고통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내려진 커피를 잔에 담고 기다리고 있던 크로플 봉투를 열었다.

그 봉투의 어둠 속에서 굵은 설탕 알갱이들이 붙어 반짝이는 크로플의 모습이

마치 탄광에 들어간 광부들이 막장에서 발견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 했다.

한 입을 먹으니 설탕의 달콤함과 크루아상 결 사이사이 들어간 버터의 고소함이 내 혀를 자극했다.

곧 자극받은 혀를 쌉쌀한 커피로 달래주니 곧바로 크로플이 땡겼다.

이렇게 크로플과 커피를 연달아 먹다 보니 어느새 빈 잔과 빈 봉투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크로플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치니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나는 지성이 있는 사회인이기에 감춰야 했다.

이제부턴 저녁을 먹을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기다리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면 다시 퇴근 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나처럼 의지가 나약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일하는 중간마다 작은 보상이 필요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항상 작은 보상이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참고로  퇴근하면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집에 있는 빨미까레를 먹일 것이다.

그것도 매우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