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로 근처에는 ‘자유시장’이라는 오래된 시장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그 시장을 통과해서 출퇴근을 하는데요.
그중 오키로로 가는 길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순대국집 사장님과는 거의 7년째 매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는 손님들 대부분이 반주를 하는데다가, 카드 결제도 불가능해
사업자 지출증빙도 안되고, 저도 순대국을 그닥 좋아하지 않다보니
근 3년 동안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그런 곳이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인사를 하는 것도 조금
어색하고, 죄송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일부러 피해다니기도 하고, 못 본체도 하고 그랬습니다.
(알고보면 저 은근 소심하거든요.)
그러다가 마침 거기서 김치를 판매하는 걸 봤습니다.
김치는 늘 쿠팡에서 주문을 해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꼭
순대국집 사장님에게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김치가
떨어질 날을 기다렸죠. 혹시나 아내가 김치를 주문할까 겁나,
내가 시장에서 김치를 사올테니 절대 주문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드디어 김치가 다 떨어지고, 저는 퇴근 후 그 가게에 들렀습니다.
왠일로 김치를 사냐고 물으시는 사장님에게
“원래는 마트에서 늘 김치를 샀었는데, 왠지 시장 김치가 더
맛있을 거 같아서요.”라고 어물쩡대며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트 김치 먹다가 이모가 담은 김치 먹으면
앞으로는 마트 김치 못 먹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간다니까 비닐봉지를 세 번이나 싸서
주셨는데, 집에 와서 김치를 먹어보니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출근하면서 사장님에게
“김치가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던데요. 깜짝 놀랐어요.”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정말 환하게 웃으시더라고요.
매일 사장님의 표정을 보는데,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보이고,
어떤 날은 힘없어 보이고 그럴때면 왠지 저도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 인사 받는 것도 힘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날 별 거 아닌 제 말에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저까지 행복해지더라고요.
누군가 저희가 만든 책을 사주면 힘이 나듯,
그 사장님도 직접 담그신 김치를 제가 사고, 맛있게 먹으면
힘이 나시겠지요. 진작에 그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김치는 거기서 사려고요.
오키로 일기에 별 얘기를 다 쓰는군요. 호호.
그나저나 오늘은 오키로 일기를 못 쓸 뻔 했어요,
기다려주시는 분도 계셨겠죠? 호호.
남의 일기를 읽는건 진짜 재미있어요. ㅎㅎㅎ 내가 일기를쓰는것보다 더요. ^^
김치 맛있는곳 알게되면 밥걱정이 없죠!
맛있는김치를 뜨끈한 밥위에 얹어먹으면 최고 ㅎㅎ
홈피 자주들어오면서 오키로일기 언제올라오나 내심 기다린답니다
이번일기는 오사장님 따뜻한마음도 들어있어서 훈훈해지네요!
그 사장님도 정말 좋아하셨을거같아요 ㅎㅎ 말한마디가
하루의 기분도 들었다놨다할수 있는거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