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일기 요정은 이시보!
오늘은 서점 근처 해장국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사장님은 거기서 파는 비빔냉면을 참 좋아하시는데
한 번도 주문 하신 적은 없다.
왜냐면 다른 입 짧은 분들이 항상 조금밖에 먹지 못하기 때문에
남는 건 다 사장님 몫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장님과 나는 뼈 해장국을 시키고
은지코는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난 뒤부터 쎄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옆 테이블 어르신이 뉴스를 보다가
대기업 욕을 하시면서 곧 망한다고 저주를 하셨다.
그러자 해장국 사장님이 대기업이 그런다고 망하겠냐고 하셨는데
그 말에 무슨 버프라도 걸려있던 건지
어르신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라도 저딴 짓을 하는데 왜 안 망하겠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냐,
대우도 옛날에 청와대에서
외국에 보내서 한 달 만에 어쩌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의 연속기를 날리시고
해장국 사장님이 손을 휘저으며 미안하다고
취소한다고 말하고 나서야
말 같지도 않는 소리냐는 얘기를 세 번 더 하시고 멈추셨다.
이제 좀 조용해지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해장국 사장님이 본인 사진이 붙어있는 컵을 들고 오시더니
오 사장에게 들이밀면서 이런 거 본 적 있냐,
신기하지 않으냐,
이거 우리 아들이 만들어준 거다 라면서 자랑을 하셨다.
그러자 갑자기 뒤 테이블에 있는 어르신이
오사장을 돌아보며
여기 사장님이 어버이날 선물을 받아서 신났다고 설명을 하셨다.
아 그렇군요~라며 오 사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자
어르신은 미끼를 문 물고기를 만난 듯 신나서 떠들기 시작하셨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뭐 만나고 뭐 잘해야 하고
뭐 선물해야 하고 쉬지 않고 얘기를 하는데
우리가 시킨 메뉴가 나와 먹으려 하는데도 멈추지 않으셨다.
오 사장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저 밥 좀 먹을게요.’라고 말을 하고 난 다음에야
낚싯줄이 끊어진 낚시꾼처럼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치 뉴스가 나오자
뒤, 옆 테이블 어르신이 합세해서 대환장파티가 열려버렸다.
서로 목 높여 욕을 주고받으시니
해장국 사장님도 죽을 맛인지 채널을 바꿔버리셨다.
그렇게 모든 환장 파티가 끝난 뒤에
우리도 맛을 제대로 느끼며 먹을 수 있었다.
난 조용히 은지코에게 물었다.
'이 감자전 맛있어요?'
은지코는 맛있다고 대답을 했고 나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맛있게 먹어요. 우리는 이 식당 마지막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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