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레드향 보냈지? 그거 엄청 맛있다.
할머니랑 엄마가 엄청 좋아해. 고마워”
“응? 나 레드향 안 보냈는데.”
“안 보냈어? 받는 사람에 네 이름 써있던데?”
“진짜? 이상하네. 근데 나 안 보냈어.”
친정에 잠시 머물던 아내가 카톡을 보냈어요.
제가 보낸 레드향이 너무 맛있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저는 레드향이라는 과일은 먹어본 적도 없거든요.
물론 보내지도 않았고요. 그 다음날 장모님 댁으로 오미자와 전복이 또 도착하자,
그걸 수상하게 여긴 장모님이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보니
810호에 사시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장모님댁은 801호인데 말이죠.
공교롭게도 그 분 성함이 저랑 같아서, 장모님은 제가 보낸줄 알고
그 전에 받은 레드향을 거의 다 먹어버리신거죠.
그 얘길 했더니 810호에 사시는 분이 쿨하게 레드향은 선물로 드시되,
누가 보낸지만 알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집에 오면서 그 레드향을 하나 가져왔어요.
귤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입에 넣자마자 “와씨! 이거 미쳤다. 이거 뭐야!!”를 외쳤어요.
마치 누군가 귤 안에 설탕을 주입시킨 거 같은 달콤함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구정때 양가 선물로 레드향을 한 박스씩 사 갔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오키로에 출근하면서 이 맛을 오키로 식구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서 레드향을 사갔습니다. 다들 이미 레드향을 알고 있더라고요.
다다음날 또 레드향이 생각나서 사 먹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돈은 내가 내지만 사오는 건 가위바위로로 결정을 하기로 한거죠.
은지코가 최종적으로 져서 (보통 김경희나 은지코가 집니다.
이 둘은 보통 처음에 주먹을 내거든요.) 나갔는데 잠시후 돌아와서는
레드향이 없어서 천혜향을 사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나무랐죠. 레드향이 맛있는 건데... 라고요.
천혜향은 신선한 느낌이 더 강했지만 달콤함이 아닌 새콤한 과일이더라고요.
실망했습니다. 은지코한테도 실망했고요.
그렇게 천혜향을 먹다보니 오히려 레드향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졌고요.
천혜향은 새콤합니다. 흑흑.
두 과일 모두 지금이 제철이라고 하네요.
특히 레드향은 1~2월이 가장 맛있다고 해요. 천혜양은 2~3월이 가장 맛있고요.
레드향은 한라봉과 귤을 섞어서 일본에서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제철일 때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렇게 일기로 남깁니다.
글을 쓰다보니 또 먹고 싶군요.
부탁인데 오키로로는 보내지 말아주세요.
정중히 사양합니다. 호호.
여러분, 천혜향도 맛있답니다?? 상큼한 과일을 좋아하신다면 천혜향!! 달달한 과일을 좋아하신다면 레드향!!
레드향도 천혜향도 각자 나름 맛있어요.
그러고 보면 옛날엔 그런 크고 특별한 귤 원탑은 한라봉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참 다양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