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는 이시보가 씁니다.
어제는 어지러운 집을 정리했어요.
베란다를 왔다 갔다 하면서 쌓여있던 쓰레기도 정리했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던 중 저의 왼발 중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 새끼발가락이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야 큰 거 온다!!!”
그렇게 집에 있던 운동기구에 발가락을 부딪치고 말았죠.
어찌나 아프던지 입에선 욕이 튀어나오고 저는 주저앉고 말았어요.
저 운동기구를 사둔 놈이 어떤 놈인지 욕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저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고해성사하듯이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요.
그 간에도 몇 번 고통의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너무너무 아프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듯이 발가락의 통증은 좀 줄어들었고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 일 없듯 태연한 척 일어나 다시 집안일을 했어요.
그렇게 집안일을 하다 멍청한 뇌 때문에 다친 새끼발가락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한번 쳐다봤어요.
그런데 이 녀석이 발톱 아래로 피를 흘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였다면 피가 난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난리를 쳤을 텐데
이 녀석은 피가 흘러도 묵묵히 제 발에 붙어있더라고요.
새끼발가락 발톱이 갈라져서 난다고 매번 핀잔을 주었는데도
군말 없이 이렇게 든든한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새끼발가락에 딱히 감동 같은 건 받진 않았고
인스타스토리에 사진 찍어 올리려다가 혹시라도 혐오 게시물이 될까 봐 올리지 못해 이렇게 오키로 일기에 나마 칭얼대봅니다.
다들 새끼발가락 조심하세요.
새끼발가락이 말을 건다니, 멍청한 뇌때문에 다친 새끼발가락에게 미안하다니, 든든한모습이라니
와아 이시보님 만의 컨셉의 그림에, 남다른 생각에, 생각하는걸 표현하는 글 솜씨에
보통이 아니시네요! 정말 짱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