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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리는 게 뭐가 좋다고...
작성자 이**** (ip:)
  • 평점 5  
  • 작성일 2021-06-30 16: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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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70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라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달리기? 그거 뭐가 좋은데? 달리기에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우울증을 꽤 오랜 시간동안 안고 살고 있다.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심할 때는 병원에 입원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입원한 게 올 해 봄이었다. 

퇴원하면서 선생님과 약속한 게 있었는데 꼭 몸을 쓰는 운동을 하라는 것 이었다.

남편의 잔소리에 나는 유튜브에서 대충 10분 짜리 운동 컨텐츠를 골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키로북스를 알게 되었고, 글쓰기 근육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러닝 클럽 13기 모집글을 보고 놀랐다.

아니, 달리기 하는데 왜 6만원이나 줘? 모여서 같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각자 달리고 댓글로 기록을 남기는 것 뿐인데 왜?

나는 호기심 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반의 마음으로 6만원을 결제했다. 

사실 6만원이나 투자 했으니 아까워서 라도 달리지 않겠냐는 마음이 제일 컸다.


처음 일주일은 너무 귀찮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달린다는 게 역시 나의 예상대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어차피 샤워를 할 거잖아? 그럼 땀 좀 흘리고 와서 샤워해도 되는거 아니야? 

자기 최면을 걸면서 달렸다.

첫 주는 3일, 둘째 주는 4일, 셋째 주는 일주일을 모두 달렸다. 

신기했다. 달린다고? 내가? 내가 달리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비오면 어쩌지 걱정까지 하고 있는 내가 웃겼다. 


나이키 러닝앱을 사용해서 달린 기록을 적는 데,  가만보니 나이키에서 뱃지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처음 3일 연속으로 달리면 뱃지를 준다. 그 외에도 일주일 연속, 5km, 5mile 등 뱃지가 엄청 많은 데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것 마냥...

그리고 러닝 레벨도 있는 데 이것도 참... 사람의 경쟁 심리를 잘 이용해 먹는구나 싶었다. 나이키 장사 잘하네.


여튼 나는 처음 목표를 일주일에 3번, 3km씩 총 36km를 달리는 것으로 잡았다.

처음 달리는 거니까 무리하지 않게 아파트 단지 공원 쪽으로 km 수를 정하고 하루 달리고 하루 쉴 요량으로.

6월 30일 오늘, 마지막 러닝 기록은 19회, 총 80.1km

예상보다 두 배보다 조금 더 많이 달렸다. 


달리니까 생각을 안하게 된다. 

달리니까 생각을 하게 된다. 

기분이 안좋은 상태에서 달리면 생각을 안하게 되고 땀에 흠뻑 젖어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일들이 꼬여있을 때 달리면서 생각하니 희안 하게도 얽힌 실 타래가 풀렸다.  

이거 뭐지? 달리기가 이런 것이었나? 나는 왜 그동안 달리기를 무시했던거지? 

달리기는 내 생각보다 정말 훌륭한 운동이었다.

돈도 안들고, 건강해지고, 아무때나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달리기는 가능하다. 

이것 참 최고의 운동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굉장히 무기력한 사람이었고, 그 어떠한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필라테스, 요가, PT, 수영, 무에타이, 복싱 등 많은 운동을 시도했지만 1개월 이상 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운동과는 다르게 성취감이라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키 러닝앱은 정말 신의 한 수 인 것 같다.)

비록 모여서 함께 달릴 수는 없지만 누구는 서울에서 누구는 부산에서 함께 달려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댓글로 서로 응원하고 달리는 Tip을 공유하며 나는 알게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때로는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응원해요! 수고했어요! 라고 말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얼굴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아는 것은 이름 뿐이요, 오늘 달렸는지 얼마나 달렸는지 그게 다인데도 마치 가까운 지인들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러닝 클럽에서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이들에게 응원했고 응원 받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복용하는 알약의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달려본 적도 없는 내가 다음 달에는 몇 km를 얼마나 뛸 지, 날씨 때문에 많이 뛰지 못하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이러다 달리기와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사랑에 빠지면 큰 일인데... 매일 달리지 못하면 강박증이 찾아올 지도 모르잖아.. 


여튼, 나는 14기도 신청했다. 또 6만원을 결제 했다.

아직 혼자서는 달릴 자신이 없을 것 같아서, 함께 달리고 있다는 소속감을 받고 싶어서, 그 사람들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나도 그걸 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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